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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문나이트(Moon Knight) Vol.1 & Vol.2 리뷰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vol1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vol2

Moon Knight (2016 #1 - #14)
Writer: Jeff Lemire 
Penciller: Greg Smallwood
Editor: Jeff Youngquist

스토리

이집트 달의 신 '콘슈'에게 선택받아 슈퍼히어로 '문나이트'로 활동하던 마크 스펙터.

어느 날 깨어난 그는 자신이 정신병원에 갇혀있음을 알게 되고, 문나이트는 자신의 망상증이며 그는 평생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되는데........

 

이번 책이 디즈니+의 <문나이트> 드라마 방영에 편승해서 팔아먹는 그런저런 작품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문나이트>는 한 인간을 진지하게 다루는 얼마 안 되는 코믹스입니다. 드라마고 MCU고 나발이고 신경끄고 그냥 봐도 좋아요. 아니, 오히려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그렇게 읽으면 좋겠네요. 

사전 지식은 조금 필요하지만, '마크가 다중인격이다' '이집트의 신 콘슈에게 힘을 얻었다' 정도만 알고 봐도 스무스하게 진행 가능

 

마크 스펙터는 (문나이트가 되기 전부터) 원래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면밀하게 검사해보면 이 외에도 병명이 이것저것 더 나올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는 슈퍼히어로이면서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죠.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스토리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의 정신 질환이 더욱 진지하게 다뤄집니다. 마크 외에는 아무도 콘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마크 눈에 간호사들이 개 머리를 한 괴물로 보이지만 갑자기 평범한 인간 모습이 되기도 하고, 알고 지냈던 동료들은 죄다 정신병원 환자들이고....

 

마크가 정말 미친 걸까? 아니, 병이 있는 건 사실이긴 한데... 이게 현실일까, 마크가 보는 환각일까? 콘슈는 정말 존재하나? 과거가 정말 있었던 일이 맞나? 슬슬 진짜로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독자들도 혼란을 느끼고 갈 곳 없이 막막한 마크에게 이입하게 됩니다.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스토리2
이젠 어디까지가 만화고 어디부터가 현실인지

 

Vol.1에서 Vol.2로 넘어가면, 마크의 모험은 더욱 크고 깊고 종잡을 수 없어집니다. Vol.1의 정신병원 탈출기에 이어 Vol.2는 정신으로부터의 탈출기...라고나 할까요. 

 

이야기 전개가 매우 세련되었는데, 현실인 줄 알았더니 꿈이고, 꿈인 줄 알았더니 영화 촬영장이고, 영화 촬영장인 줄 알았더니... 같은 인셉션스러운 구성으로 읽는 사람의 혼을 빼놓으며 고대 이집트와 현대 뉴욕, 우주를 종횡무진합니다.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아트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이 현실을 보면서 겪는 고통과 혼란을 모험 이야기에 접목한 것은 꽤 과감한 시도입니다. 이런 소재가 매우 표면적으로만 다뤄지거나, 민감한 키워드를 생각 없이 쓰면서 잘못될 가능성이 615가지쯤 되어 보이죠. 하지만 이건 잘못되지 않은 616번째 이야기입니다.

 

<문나이트>는 모험물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해 배려있게 접근합니다. 이런 태도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이 바닥에서 캐릭터에게 예의와 배려를 갖춘 작가진과 스토리는 생각보다 매우 없으니까요.

 

한편 이번 시리즈에서는 마크의 '슈퍼히어로성'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데요. 문나이트는 상당히 과격하고 폭력적인 성향과 전략적인 조사 능력을 지닌 히어로지만, 그것도 그리 드러나진 않습니다. 세상을 구하기보단 한 사람을 구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죠. 

그러니 '마블의 배트맨' 소리를 듣고(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어벤져스의 멤버이기도 했던 슈퍼히어로의 과격한 주먹질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이번 시리즈는 그다지 슈퍼히어로스럽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세상을 구하는 것과 한 사람을 구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어려울까요.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면.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콘슈

 

... 아,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로는 단연 나쁜 매력이 철철 넘치는 콘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콘슈 이 개ㅅ... 아니 이 새 새끼야... 

 

 

아트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커버 아트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커버 아트2

 

펼치자마자 "와, 이거 뭐지? 어느 분이 그리신 건가요?" 

 

문나이트는 원래 정신 질환+현대 느와르풍+이집트 판타지라는 좀 난감하고 뽕짝스러운 조합이지만, 그렉 스몰우드의 훌륭한 아트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합니다. 연필선 같은 윤곽이 주는 아날로그 분위기와 흰색의 과감한 사용이 무척 세련되었는데요. 이 멋진 작화와 연출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단번에 설득력을 얻습니다. 

 

미국 만화는 다양한 아티스트가 협업하기 때문에 시리즈 도중에 그림체가 바뀌는 드물지 않은데, <문나이트>는 그걸 오히려 스토리와 연관된 연출로 이용한 것도 포인트.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 커버 아트3

 

  • 스토리: 흥미진진한데 여운이 남고, 진지하기까지.
  • 아트: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아트란 이런 것.
  • 난이도: 문나이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아주 약간 필요함 
  • 다른 코믹스와의 연계 : 없음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한 인간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