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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DC] 배트맨: 임포스터(Batman: Imposter) 리뷰

배트맨 임포스터 실물

 

DC 블랙 라벨 작품. 블랙 라벨은 다른 작품과 연계되지 않는 독립성과 성인층을 노린 고수위를 특징으로 한 DC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레이블입니다. 분위기가 좀 어둡고 쌩뉴비한테 추천하기 쉬운 건 아닌데, 길이도 짧고 해당 작품 외에 다른 걸 챙겨볼 필요는 없으므로 일장일단.


스토리

 

어느날 밤, 정신과 상담사인 레슬리 톰킨스 박사는 배트맨이 클리닉 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박사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매일 자신과의 상담을 조건으로 건다. 상담을 이어가던 중, 배트맨을 사칭하는 '임포스터'가 범죄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며 범인을 찾아내야 하는데....

 

배트맨 임포스터 시작1배트맨 임포스터 시작2

 

일단 오프닝이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배트맨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분노와 고담에 대한 그의 신념이 정신과 상담이라는 형태로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임포스터를 잡기 위한 수사가 동시에 펼쳐지는 것도 좋았어요.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두 가지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작품이 너무 짧은 탓인지, 배트맨의 심리와 고담의 암울한 상황에 대한 고찰도 깔짝대는 정도에 그치고 맙니다.

 

그리고 이슈 3개짜리에 뭘 바라냐고 할 수 있겠지만 캐릭터의 활용도 조금 아쉬운 느낌. 작중 인물에 이입하거나 호감을 갖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브루스 웨인과 사랑에 빠지는 웡 형사는 나쁘지 않은 캐릭터지만 설정이나 행동 양식이 다소 뻔해서 읽다보면 메리수를 보는 듯한 살짝 민망한 느낌이 없진 않고... 그리고 아무리 스탠드얼론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팬으로서 기존 캐릭터(알프레드나 고든)를 스토리 라인에서 배제하는 방식이 좀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우리 알프레드는 그러치 않아!!!

 

....... 종합하자면, 상당히 흥미로운 도입부와 멋진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엔딩은 김이 살짝 빠져버린 콜라의 뒷맛.


아트

 

그래도 이 작품을 정말 볼 만하게 만드는 것은 안드레아 소렌티노의 독특한 화풍입니다. 영화를 만들어 놓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서 책으로 만든 것 같은 사실적인 작화와 묵직한 분위기가 일품.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고담의 암울한 분위기와 잔혹한 범죄, 어두운 내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진짜 블랙 라벨이라서 볼 수 있는 아트다 싶긴 했음.

 

배트맨 임포스터 아트

 

특히 컷 배치라든가 색상 활용이 매우 눈에 띕니다. 대사가 많지 않은데도 액션 연출을 한 컷 한 컷 보느라고 오히려 읽는 데 시간이 더 걸렸어요. 

 

그나저나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기데온 폴즈의 아티스트였더라고요. 오...

 

배트맨 임포스터 아트2

 

<더 배트맨>의 각본에 참여했다는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배트맨의 초창기를 다루는 점이나 아트 스타일도 왠지 자꾸만 영화 <더 배트맨>을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캐릭터 해석이나 배트맨의 행동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들어가려는 접근 방식에는 분명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배트맨>의 2차 창작같은 느낌적인 느낌마저 있어요.

 

다만 '배트맨을 사칭하는 임포스터를 찾는다'는 사건 줄거리와 '배트맨의 내면 심리에 대한 접근'이라는 주제가 잘 맞물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급전개와 급엔딩은 아쉽습니다. 좀 더 이어갔더라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도, 한창 얘기를 펼쳐놓다가 갑자기 시간 다 되었다며 보따리를 싸서 떠나버리는 느낌.

 

하지만 분명 눈에 띄는 장점과 아까운 포텐셜도 있고, 무엇보다 아트는 매우 훌륭합니다. 

결과는 ★★★ (OK, not essential).

 

<배트맨: 임포스터>
★★★
<더 배트맨>의 2차 창작같은 느낌.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