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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더 배트맨>을 보고 뉴비가 궁금한 것 답해드림 (설정, 원작과의 비교, 코믹스 추천)

<더 배트맨>을 보고 온 따끈따끈한 뉴비의 질문들, 아메코믹 12년 차 덕후가 대답해 드립니다.

+ 입문하기 좋은 코믹스 추천도!


아메코믹 덕후의  <더 배트맨> 감상은?

더 배트맨 움짤

 

일단 무엇보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싱크로율이 생각보다 진짜 막 어우.... 특히 카울을 썼을 때의 턱선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이 턱선을 3시간 동안 다시 보기 위해 또 예매함...

영화의 단점이 없는 건 아닌데 덕후적으로는 그냥 막 좋았어요.

 

<다크나이트>와 비교를 해보자면ㅡ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명작이긴 하지만, 원작과의 관계가 막 그렇게 쫀쫀하진 않거든요. 배트맨의 기본 설정을 빌리긴 했지만 영화 그 자체로 너무 완결성이 있어서.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다크 나이트>는 영화만 봐도 충분하고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더 배트맨>은!!!! 이건 진짜 코믹스를 알고 보면 더 더 더 재밌어요. 그리고 영화 본 다음에도 추천해주고 싶은 코믹스가 산더미예요. 배트맨을 잘 모르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겠지만, 배트맨 덕후가 되어서 보면 너무너무 좋을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나랑 같이 뱃덕이 되어줘.

 


'배트맨스러운' 장르

 

보통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러갈 때는 액션 영화를 기대하겠지만, <더 배트맨>에서는 어둡고 축축하고 잔혹한 살인 사건과 수사하는 과정이 중심이 되어 다들 조금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게 진짜 배트맨스러운 거예요. 배트맨 코믹스는 원래 누아르, 스릴러 풍의 색채가 강합니다.

 

1939년, '디텍티브 코믹스' #27

 

왜냐하면 배트맨은 원래 세계 최고의 탐정이거든요. 배트맨이 처음으로 데뷔한 코믹스의 이름도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 네. DC코믹스의 바로 그 DC입니다.

 

그러니만큼 배트맨 시리즈에는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특히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정체불명의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은 <배트맨: 롱 할로윈>이나 <배트맨: 허쉬>,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 등에서 다양하게 나오죠. 

 

이 중에서 <배트맨: 롱 할로윈>은 맷 리브스 감독이 직접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언급했는데, 영화 시작이 핼러윈 밤이라는 점, 지능적이고 강박적인 범인의 행각, 마피아 패밀리 사이의 이권 다툼이 얽혀있는 배경 등 이 작품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나는 복수다"라는 대사도 원래 만화에 나와?

 

 

"나는 복수다. 나는 밤이다. 나는 배트맨이다."

 

이 유명한 대사는 애니메이션인 1992년 '배트맨 애니메이티드 시리즈(Batman: The Animated Series)'가 기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외로 이 대사가 통으로 나온 적은 별로 없어서 TAS나 게임인 <배트맨: 아캄 나이트> 정도고… 대부분 "나는 복수다", "나는 밤이다", "나는 배트맨이다"의 각 부분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자주 인용되곤 합니다.

 

 

하여간, 코믹스가 원전은 아니지만 워낙 배트맨에 대한 핵심적인 대사인 만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대사를 이해하는 것이 배트맨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나는 복수다."지 “나는 복수를 한다.”가 아니라는 거!

 

브루스 웨인은 어렸을 적 강도에게 부모님을 잃고, 이를 계기로 배트맨이 됩니다. 배트맨은 범죄의 피해자이며 동시에 복수자죠. 하지만 그의 복수는 부모님을 살해한 직접적인 원수에 대한 일회적인 복수가 아닙니다. 그는 범죄에 희생되었던 이들의 대표로, 모든 범죄자와 범죄 그 자체에 대한 복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배트맨의 내면에 쌓인 복수심과 분노는 정말 흥미로운 주제인데요. 이 박쥐 동굴같은 어두운 정신세계에 흥미가 있다면, 따끈따끈한 정발 신작인 <배트맨: 에고>를 추천합니다. 

 


배트맨은 원래 세지 않나? 근데 영화에선 좀 맞기도 하고 실수도 하던데...

 

보통 배트맨이라고 하면 ‘뱃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짱세고 완벽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별로 그렇진 않습니다. 물론 그는 엄청난 맷집과 지능과 재산과 기타 등등을 가지고 있지만, 깊게 파고들면 '완전무결' '전지전능'과는 좀 거리가 있어요. 특히 정신적으로...

사실 이런 갭이 배트맨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에게도 뉴비 시절은 있었죠. 영화의 배경은 배트맨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잖아요. 그러니 거칠고 불안정한 면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걸 영화가 정말 잘 살려서 덕후의 마음이…. 크으. 

 

영화 속 배트맨은 능숙하게 '바람둥이 억만장자'라는 대외적인 연막용 페르소나도 만들지도 못하고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미숙한 상태입니다. 팔코네와 비교하면 그냥 애샛기... 싸우다가 은근히 많이 맞고 랜딩도 제대로 못하는 등, 아직 미숙하고 요령없는 모습이 진짜 크으으으으…

 

 

이런 초짜 시절을 다루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배트맨: 이어 원>, <배트맨: 제로 이어>가 있습니다. <배트맨: 이어 원>은 명작 중에 명작으로 꼽히는 고전. <배트맨: 제로 이어>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화가 돋보이는 현대 작품이고요.

 


리들러는 원작에서 어떤 캐릭터?

 

리들러는 유서 깊고 유명한 빌런이지만, 대체로 초록색 패션 테러리스트에 좀 웃기고 묘하게 하찮은 물음표 살인마의 이미지가 강하고 인지도에 비해 메인 빌런으로 나오는 일은 드물고 약방의 감초 역할을 주로 맡습니다. 게임에선 최종 보스

아이돌 그룹으로 비유하면 센터는 조커고, 리들러는 예능멤같은 느낌....

 

더 배트맨 리들러

 

영화에서는 '수수께끼에 미쳐있음' '지능형 범죄자' '수제 폭탄을 만드는 공학적 재능'이라는 기본 베이스만 유지하고 새롭게 만들었는데요... 행동의 동기도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리들러 특유의 '육체적으로 연약해 보이고 뭔가 허우적대는 것 같은데 살인을 서슴지 않는 잔인한 사이코패스'란 특징은 의외로 굉장히 잘 살아 있어서 놀랐음...

온화한 맨얼굴이 오히려 돌아버린 정신머리를 강조한다는 점에선 약간 드라마 <고담>의 니그마가 생각났고.

 

배트맨과 리들러

 

원작에서 리들러를 보고 싶다면.... 음... 앞서 이야기했듯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인물이고, 메인 빌런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배트맨: 허쉬><배트맨: 제로 이어>에서 그가 사실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원작에서 리들러가 매달리는 궁극의 수수께끼는 바로 배트맨은 누구인가랍니다. 


이제 배트맨에 입문하고 싶은데, 뭐부터 보면 돼?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메코믹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배트맨이 나오는 모든 코믹스를 다 읽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1권도 없고 정해진 순서도 없어요. 

 

그러니 우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쪽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중간중간 모르는 사건이나 캐릭터가 나와도 일단 그냥 넘어가면 돼요. 그러다가 "아, 이제 알았다. 그때 걔가 얘였구나."가 되고, "그거 다시 한번 읽어볼까?" "얘가 많이 나오는 코믹스를 읽어볼까?" 하면서 점차 깊이와 범위를 넓혀나가는 게 미국 만화 독법의 기본이에요.

 

다만 너무 방대하다 보니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살짝 길잡이 정도만 드리자면...

 

영화에 나오는 아직 서툴고 불안정한 배트맨에 꽂혔다면 

배트맨 입문 코믹스 추천

 

<배트맨: 이어 원> 혹은 <배트맨: 제로 이어>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둘 다 배트맨의 초기 시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지만요.

 

<배트맨: 이어 원>은 올타임 레전드 배트맨 코믹스에 꼭 들어가는 명작. 이 작품을 빼놓고 배트맨의 캐해를 논하기란 어렵습니다.... 다만 20년이 넘은 고전이라 그림체가 다소 낯설고 읽기 어려운 느낌이 있으니, 당황하지 마시길.

 

이번 영화에 영향을 준 원작 코믹스가 뭔지 궁금하다면

배트맨 입문 코믹스 추천2

 

맷 리브스 감독이 직접 "좋아하는 원작"이라고 밝힌 <배트맨: 이어 원>, <배트맨: 롱 할로윈>, <배트맨: 에고> . 감독님 취향 인정... 셋 다 명작인데다가, 뉴비가 접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쉬운 작품들. 옛날 만화 같은 클래식 스타일이 오타쿠 티 안 나고 마음에 든다면 쉽게 읽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배트맨: 에고>를 무척 좋아합니다. 배트맨의 복잡한 내면을 통렬할 정도로 파헤친 심리 분석이, 다윈 쿡 특유의 심플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스타일로 펼쳐져요.

 

세련미가 넘치는 현대적 배트맨을 보고 싶다면

배트맨 입문 코믹스 추천3

 

그렇다면 <배트맨: 제로 이어>나 <배트맨: 올빼미 법정>을 추천. '요즘 세대의 배트맨 작가진'이 만들어낸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의 코믹스입니다. 게다가 배트맨을 너무나 잘 그리는 펜슬러인 그렉 카풀로의 작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뭐, 일단 마음 가는 대로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정해진 답도 없지만 재미는 있는 것, 그것이 아메코믹의 세계니까요.